돌의 부드러움
저자 : 마리옹 파욜
출판 : 북스토리
늘 그렇듯 표지에 그려진 그림을 보고 책을 집어들었어요. '돌이 뭐가 부드럽다는거지?'
각 페이지를 가득 채운 그림들도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고요.
이 책은 작가가 아버지의 병과 죽음을 마주하면서 느끼는 감정과 가족의 변화 과정을 문학적이면서도 시적인 그림체와 표현으로 무척 섬세하게 그려낸 책이에요.
죽음은 차가운 끝이 아니라, 관계를 재정립하고 사랑을 되새기게 만드는 계기로 그려져요.
작가의 아버지는 병으로 서서히 몸을 잃어가요. 하지만 이 과정을 공포스럽게만 그리진 않고 오히려 마주할 수밖에 없는 현실로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족들이 그것에 익숙해지고,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되는 죽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과정으로 표현하고 있어요.
이야기 내내 비극적인 감정보다 더 중심이 되는 건 다정함이에요. 무너져가는 아버지를 바라보는 시선엔 슬픔도 있지만, 그것보다 더 강한 건 ‘사랑’과 ‘기억하고 싶음’이에요. 결국 죽음을 대하는 태도는 이별의 두려움이 아니라, 함께한 시간의 의미를 되새기려는 다정한 태도로 표현이 되고 있어요.
아버지가 떠난 후 남은 가족들, 특히 작가는 그 죽음을 감정적으로 ‘돌’처럼 짊어져요. 하지만 그 돌은 무겁지만 동시에 ‘부드럽다’고 말해요. 즉, 고통이지만 동시에 그 안에 사랑과 추억이 녹아 있다는 거지요. 이건 죽음이 단순한 끝이 아니라, 남은 이들에게 남기는 유산이라는 메시지를 말하지요.
아빠는 잘 모르겠는 사람.
우리 곁에 잘 없는 데다가 성품도 강팍한 사람이었다. 질병은 아빠의 인생을 크게 후려쳤다.
모든 것이 무너졌다. 나는 슬펐지만 지금은 비록 이 모양 이 꼴이어도 아빠가 점점 나아지고 우리도 점점 살 만해질 거라 생각했다 아빠가 죽어야 했는데 죽지 않았다면 그 이유는 우리가 서로를 만날 수 있도록 인생이 시간을 조금 남겨둔 거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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